주변에서 저에게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학교 교육공무직은 어떻게 취직한 거야? 지금 도전해보려 해도 경력자만 뽑던데 말이야.
저의 얘기가 현재 교육공무직에 도전하려는 분들에게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아이디어와 팁은 제공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글을 적어봅니다.
제가 딸 둘을 얼추 키워놓고 취직을 하려고 했을 때는, 전업주부로만 산지 어언 13여 년이 다 되어가더군요.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학교에 취업하는 건 사실상 요원한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경력도 없는 저를 누가 뽑아줄까 하는 생각이 저를 주눅 들게 했습니다.
일단은 자격을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활용능력 2급에 도전했습니다. 컴퓨터보다는 필기와 타자기에 익숙한 세대인 저에게 컴퓨터활용능력 2급 이론 1차 시험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시험지에 푸는 줄 알았던 제가 시험장에 들어갔더니 컴퓨터 화면 창에서 문제를 풀고 저장해서 제출하는 거였는데 집에서 살림만 하던 저는 그런 세계를 처음 접해봤습니다. 눈으로는 읽어도 머리에 문제가 들어오지 않아서 답을 어찌 썼는지 기억도 안 났습니다. 그래도 운은 좋았던지 1차 이론시험에 바로 합격하고 2차 실기를 준비하게 되었는데, 2차는 이론보다 사실 더 힘들었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컴퓨터를 식은 죽 먹기처럼 다루고 컴퓨터활용능력 1,2급 자격증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취득하지만, 저 같은 50대는 컴퓨터가 정말 난감할 때가 많거든요.
2차 실기시험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어려운 함수 문제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 함수 문제가 실기문제 중 가장 고난도 문제들이었고 그 함수라는 산을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 해도 해도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함수만 잘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강사님 말에 시험 전날 밤, 밤을 새 가며 문제집 전권에 실려있던 함수 문제들만 1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모두 풀어보고 시험을 봤습니다.
운은 내 편이었을까요? 다행히도 제가 밤새도록 풀었던 함수 문제 중에 똑같은 문제가 두 문제나 나왔습니다.
야호,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신나게 함수 문제를 풀고는 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간신히 표 워드 입력까지 마치고 시험을 끝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자격증을 취득했으니 써먹어야지 않겠냐며 무작정 학교에 공고만 뜨면 서류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공고는 서울특별시교육청 구인 구직란에 가면 그때그때 올라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소서도 구구절절 눈물겹게 써보고, 주어지는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노라며 맡겨만 달라고 자신감이 넘치게도 써봤지만 모두 탈락이었습니다.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새 학기 시작되는 2월보다는 여름휴가로 사람들 관심이 없을 거 같은 7, 8월 공고 중 단기계약 채용을 노렸습니다. 8월은 휴가기간이라 지원자들이 적기도 할 테고 6개월 1년짜리 계약기간보다 2주나 한두 달짜리는 경력자들이 패스할 것만 같았습니다.
저의 이런 생각이 통했는지 00 초등학교 행정실 두 달짜리 공고에 덜렁 저 혼자 지원을 하게 됩니다.
행정실이 지원자도 없는 데다 일이 너무 급했는지 경력도 없는 초짜 중에 초짜인 저를 급하게 채용했습니다.
드디어 단기지만 학교에 취업을 했습니다. 그러나 행정실 업무를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저는 상상을 벗어난 업무 난이도에 한주도 되지 않아 까무러치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2010년 8월은 학교 에듀파인이 처음 나와 몇 달도 안 된 시점이라 다들 헤매던 시기여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관련 일은 제대로 모르지만 저는 열심히 배웠고 또 나중에는 힘들어도 맡은 업무를 배우고 배워 해내었습니다. 어느 날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하다 점심만 바로 먹고는 퇴근시간까지 화장실도 못 간 채로 일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내가 이러려고 그 힘든 컴퓨터 자격증까지 땄던가 후회가 밀려오며 눈물을 흘려가면서 일하던 기억이 납니다.
더구나 점심시간에 지나쳐갈 때 복도의 창문으로 보이는 교무실의 교무실무사는 너무나 여유롭게 성경책을 읽고 있기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저보다는 근무여건이 훨씬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먹었습니다. 다음에는 교무실로 꼭 취업을 하겠노라고!
그렇게 8, 9월 두 달간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저는 학교에 다시 취업을 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 사이트를 매일 들여다보았습니다. 12월 말부터 2월 사이에는 3월 새 학기에 필요한 인력을 대거 구인공고를 합니다.
그 당시는 교육청에서 뽑아 충원하는 게 아니라, 학교장 재량으로 뽑았기에 서류 제출과 면접 모두 학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고등학교 한 곳, 중학교 한 곳, 초등학교 세 곳, 이렇게 다섯 군데 정도 이력서를 제출했으나 모두 서류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러다 초등학교 한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너무나 급하게요!
자기들이 과학실무사로 공고를 올렸는데 교무실무사가 과학실무사로 옮겨가고 싶다고 하여, 채용공고가 급작스럽게 과학에서 교무실무사로 변경이 되었다고요. 그 바람에 저와 함께 서류를 제출한 7명 중 순위가 내정되어 있던 앞에 세 사람이 과학실 아니면 근무를 안 하겠다고 거절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 과학실무사는 인기가 많은 자리 중 하나입니다. 교장, 교감선생님 간섭 없이 혼자 근무할 수 있는 과학실이 따로 있기도 하고 교무실보다는 일의 난이도가 수월하다는 생각이 있어서입니다.
그 바람에 네 번째 순위에 있던 저에게까지 연락이 온 것입니다.
선생님! 갑자기 과학실무사에서 교무실무사로 변경이 되었는데 괜찮으신가요?
네, 저는 괜찮습니다.
이미 교무실무사로 가고 싶었던 저에게 공고 변경은 호재였습니다.
그럼 오늘 빨리 면접 보러 오시겠어요?
그때가 2011년 2월 말인지라 실장님도 급했던 모양이었습니다. 더구나 저까지 거절하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서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니 그 바쁜 2월 말에 일은 많고 걱정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날 저는 그렇게 원하던 교무실무사로 재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이제는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후련함과 재취업이 되었다는 성취감에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두 달 근무했던 학교에 저의 근무태도를 물어보고 거기서 긍정적으로 얘길 해주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라는 사회가 정말 좁습니다.
그 당시에는 에듀파인 두 달 경력도 이력서에 적으면 경력으로 쳐주었기에 기록했는데 바로 전 학교로 연락이 가서 근무태도를 물어보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 두 달간 내가 열심히 근무한 보람이 있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요즘은 교육청에서 채용공고를 내고 주관을 하니 이제는 저 같은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랑 같이 근무했던 교무행정지원사를 보면 전혀 기회가 없지는 않다고 얘기해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제 옆에 근무하던 교무행정지원사는 병휴직 대체 기간제 공무직원이었습니다. 어떻게 경력을 쌓았는지 물어보니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코디맘으로 일하다 너무 일을 열심히 잘해주니, 그 학교의 교무행정지원사 자리가 비어 1년 정도 대체 교무행정지원사로 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를 좋게 평가한 부장교사의 추천으로 제가 근무하는 학교로 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선생님은 또 기간이 만료되어 다른 학교 기간제 공무직원으로 가게 되었는데요. 이렇게 경력이 조금씩 쌓이면 계속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력 3년만 채우면 교육청에서 공고가 날 때 지원해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공고는 해마다 5월과 11월경 두 차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제 옆에 이번에 새로 전보로 온 교무행정지원사는 작년 9월 1일 자로 합격되신 분인데, 방과 후 코디맘 경력으로만 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쟁쟁하고 일 잘하는 경력자들이 많은데 어찌 되었냐고 물어보니, 아마도 자소서를 잘 썼던 거 같고 면접도 잘 본 거 같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회를 엿보고 두드리면 누구나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교육공무직종이 어떤 분들은 우습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학에 쉴 수 있고, 일찍 끝나고, 요즘은 눈치 안 보고 육아휴직에 육아시간까지 쓸 수 있는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월급의 많고 적고를 떠나서 시간적으로 여유 있음과 61세까지 퇴직 걱정 없이 할 수 있다는 점에 표를 주고 싶습니다. 또한, 저처럼 다른 관심사가 많은 사람에게는 이 직업만큼 좋은 직업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교육공무직에 도전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경력이 없어도 기회의 문은 두드리다 보면 열린다!
저의 경험이 이 일을 하고 싶어 하시는 모든 분들께 꼭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 교육공무직 관련 글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하여 더욱 자세히 올릴 예정입니다.
현재, 80여개의 다양한 공무원 공무직 관련글과 일상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티스토리는 사주와 부동산만 올릴 예정이오니 많이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3년차 yoon이 알려주는 공무원,공무직의 모든 것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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